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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신화와 전설 - 헤겔총서 7

존 스튜어트 엮음ㅣ신재성 옮김ㅣ도서출판 bㅣ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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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0 23,400
도서규격 반양장본, 152x224mm, 540쪽
ISBN(13) 979-11-87036-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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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소개


우리는 아는 헤겔은 진짜 헤겔의 모습일까? ‘페이크 뉴스’로 인해 ‘팩트’마저 의심받는 오늘날, 한 철학자에 대한 오해와 오독이 잘못된 신화와 전설을 만들었다는 폭로는 고루한 항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어느 시대나 철학적 논쟁이나 논란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방대하고 까다로운 한 철학자의 단편들이 핵심적 참고점이 되어 전체 사상을 규정하고 해석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에도 꾸준히 소환되는 헤겔과 그의 사상의 처지가 그러하다.
 
이번에 <헤겔총서>의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는 ≪헤겔의 신화와 전설≫은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헤겔은 가장 어려운 저작군을 남긴 철학자 중 한 명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고 해석되어 소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아무렇지 않게 헤겔은 “전체주의 이론가”이자 “프로이센 옹호가”이며 심지어 파시즘과 친연성이 있다고 주장되어 왔다. 또 그의 철학에는 “전쟁을 찬양했다”거나 “역사의 종말을 선고했다”거나 “모순율을 부정했다”는 식의 낙인이 찍혀왔다. 이 책의 저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런 오해와 낙인들이다.

우리가 헤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화와 전설의 뿌리는 헤겔 철학이 가진 난해함과 이를 다루는 개론적인 강의들과 저서들에 대한 제한된 접근에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방대한 철학 체계를 구축했던 대부분의 철학자들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기에, 유독 헤겔에게 집중적으로 신화가 만들어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이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헤겔의 원전에서 추출한 경구들과 도식들이 가진 강렬함이다. 예컨대 정/반/합이란 도식은 자연스럽게 헤겔을 연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것을 고집하지 않았고 불가피하게 칸트와 피히테로부터 인용하는 경우에도 비판적인 사유 때문이었다는 점은 애써 외면되어 왔다.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대표적인 변증법적 사상가라는 점에 있다. 멀게는 플라톤으로부터 가깝게는 니체에 이르기까지, 변증법의 논리는 본래의 의도나 맥락과는 무관하게 손쉽게 편취되어 전혀 다른 의미로 변질되어 기능해온 것이 사실이다. 헤겔이 평등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로도, 불평등주의자이자 전체주의자로도 해석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개념의 더 나은 이해를 위해 고안된 까다로운 변증법의 전개과정으로부터 극히 일부만을 취하여 작위적으로 혼합한 뒤 이루어지는 인용이 얼마나 큰 오류로 낳는지를 꼼꼼하게 추적한다.

이처럼 ≪헤겔의 신화와 전설≫에 실린 21편의 논문은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정치철학, 역사철학 등 다양한 영역들에 걸쳐 정형화되고 신비화되었던 헤겔의 고정된 이미지를 재고할 기회를 꼼꼼히 제공하고 있다. 특히 편집자인 스튜어트가 쓴 <서문>은 전체 내용을 개괄하는 안내자의 역할은 물론 헤겔철학의 계승과 비판이 주도적으로 전개되어 온 영미철학과 유럽철학에서 그것이 얼마나 문제적으로 수용되어 왔는지를 계보학적으로 상세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헤겔연구사의 개괄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다.

헤겔은 한때는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다른 한때는 지배계급을 옹호하는 보수철학의 대표자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헤겔을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들과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헤겔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보다 정확한 ‘헤겔 입문’을 위한 디딤돌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 지은이 소개


존 스튜어트 Jon Stewart, 1961~ 키르케고르와 헤겔의 사유를 중심으로 19세기 대륙 철학을 전공한 철학자이자 철학사가. 코펜하겐 대학의 쇠렌 키르케고르 연구센터 부교수로서 키르케고르 연구 총서의 편집 책임을 맡았으며, 현재는 슬로바키아 과학원의 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헤겔 정신현상학의 통일성: 체계적 해석≫, ≪키르케고르의 재고된 헤겔과의 관계≫, ≪관념론과 실존주의: 헤겔과 1920세기 유럽철학≫, ≪철학서들에서 내용과 형식의 통일: 정합성의 위기≫ 등이 있다.

■ 신재성 한신대학교(전산학)와 동국대학교(사회학)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대안학교 <더불어가는배움터길>에서 길잡이 교사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는 <헤겔의 시민사회국가론의 재고찰>, <스피노자의 정치이론: 시민사회와 국가의 관계를 중심으로>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탈산업사회에서 포스트모던사회로≫(공역)가 있다.



3. 차례


감사의 말 11
서론 /존 스튜어트 15

1부 이성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에 대한 신화

1. 헤겔: 현실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M. W. 잭슨 43
2.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라는 헤겔의 격언: 그 존재론적 내용과 담론에서의 기능 /이르미야후 요벨 53
3. 이성적인 것의 현실성과 현실적인 것의 이성성에 대하여 /에밀 L. 파켄하임 76

2부 헤겔이 전체주의 이론가 혹은 프로이센 옹호가라는 신화

4. 헤겔과 정치적 추세: 정치적 헤겔 전설들에 대한 비판 /헤닝 오트만(존 스튜어트 번역) 91
5. 헤겔과 프로이센주의 /T. M. 녹스 123
6. 헤겔 신화와 그 방법 /월터 A. 카우프만 141
7. 헤겔의 국가는 전체주의적인가? /프란츠 그레구아(존 스튜어트 번역) 180
8. 헤겔과 민족주의 /쉴로모 아비네리 192

3부 헤겔이 전쟁을 찬양했다는 신화

9. 헤겔 사상에서 전쟁에 대한 문제 /쉴로모 아비네리 225
10. 헤겔의 전쟁에 대한 설명 /D. P. 베렌 244
11. 헤겔의 주권, 국제관계 그리고 전쟁에 대한 이론 /에롤 해리스 264
12. 헤겔의 전쟁관: 또 다른 시각 /스티븐 월트 284

4부 역사의 종말이라는 신화

13. 역사의 종말과 역사의 귀환 /필립 T. 그리어 309
14. 헤겔과 역사의 종말 /라인하르트 클레멘스 마우러(존 스튜어트 번역) 336
15. 헤겔에서의 역사의 종말 /H. S. 해리스 378

5부 헤겔이 모순율을 부정했다는 신화

16. 헤겔의 형이상학과 모순의 문제 /로버트 피핀 403
17. 존재론적 관점에서 본 일반 논리학에 대한 헤겔의 비판 /로베르트 한나 427

6부 그 밖의 잡다한 신화

18. 헤겔과 일곱 행성들 /버트런드 버몬트 473
19. 절반의 전설: 국가에 대한 헤겔의 “신성”화 /프란츠 그레구아(존 스튜어트 번역) 479
20. ‘테제-안티테제-진테제’라는 헤겔의 전설 /구스타프 E. 뮐러 496
21. 헤겔과 이성의 신화 /존 스튜어트 504

참고 문헌 531
옮긴이 후기 537



4. 책 속에서


어떤 정치이론가도 헤겔만큼이나 단 하나의 문장 때문에 더 큰 왜곡에 시달렸던 경우는 없었다. 헤겔의 독자라면 누구든지 항상 부정적으로 헤겔에 대한 확정된 견해를 지닌 수많은 사람들을 직접적으로든 지면을 통해서든 조우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헤겔이 쓴 그 무엇도 읽지 않았으며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견해는 전적으로 두 명의 칼, 즉 맑스와 포퍼 같은 이차 출처에 근거한다. 이것은 독자에게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헤겔 스스로 “가혹한 스타일”이라 불렀던 것을 위해 지불한 대가다.(41-42쪽)

헤겔의 민족정신은 그것이 기술하고 있는 특성들과 동일하며, 법학자들과 낭만주의자들이 통상적으로 여기듯이 그것들을 창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민족정신은 법의 무의식적 창조자지만, 헤겔의 경우 그것은 스스로를 인식하는 의식적 산물이다. 따라서 헤겔의 개념은 기술적이지만 법학자들의 개념은 발생적이다. 게다가 헤겔의 용어가 이성적인 것인데 비해 법학자들의 것은 민족주의적이고, 모든 사회적 실존의 원인이다. 마르쿠제는 정당하게도 법학자들의 개념이 헤겔의 민족정신에 내재된 합리주의에 대한 실증주의적 반동이라고 주장했다(217쪽).

무모순의 원리에 대한 헤겔의 “거부”의 터무니없음을 시사한 <지시에 관하여>에서, 러셀이 던진 도발적인 언급들은 오랫동안 헤겔의 논리학에 대한 유익한 이해를 방해해 왔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헤겔의 설명은 단지 존재론적 관점에서 일반논리학에 대한 비판을 제공하는 것이지, 일반 논리학의 어떤 원리도 “거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것은 판단 및 삼단논법에서와 마찬가지로 모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헤겔은 러셀이 그에게 암묵적으로 전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비판적 계획을 염두에 둠으로써 터무니없다는 비난을 비껴간다.(469쪽)

이성을 질병이자 파괴적 힘으로 묘사한 헤겔은 그것의 어두운 측면을 분명히 인식했으며, 이 인식은 그를 실존주의자들 및 자칭 비합리주의자들과 연결해 주고 순진한 계몽주의자라는 희화화와는 멀어지게 만든다. 헤겔과 유럽적 전통에 있는 이 후기 사상가들의 연관성은 이성의 확산을 묘사하기 위해 질병의 이미지를 공통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 주제에 있어서 헤겔을, 비합리주의적 전통의 최대의 적이자 키르케고르와 쇼펜하우어의 가장 통렬한 반대자로서가 아니라, 사실상 실존주의 전통의 중요한 선구자로 간주할 수 있다.(545쪽)



5. 옮긴이의 말


존 스튜어트가 편집 책임을 맡아 헤겔 철학의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논문들을 모아 출간한 <헤겔의 신화와 전설>은 실타래같이 얽힌 헤겔 철학의 난맥상을 풀어내는 데 적지 않은 학문적 기여를 하리라고 기대되는 책이다. 총 19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본 논문집은 헤겔 철학과 관련하여 인식론, 형이상학, 정치철학, 역사철학 등 각각의 영역에서 쟁점이 되어 온 주제들을 묶어 헤겔과 관련된 각종 신화와 전설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확대되었으며 또 어떻게 견고화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저자들이 기대하고자 하는 이 책의 의도는 또 다른 헤겔, 새로운 헤겔, 진정한 헤겔 등 헤겔 철학의 진면목을 드러냄으로써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은 우선 그간의 신화와 전설을 걷어내어 가급적 있는 그대로의 헤겔과 그의 사상을 선보임으로써 제대로 된 논쟁의 토대를 확보하려는 저자들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헤겔의 형이상학은 이제 낡은 것이 되었지만 그의 정치철학은 아직도 유효하다든가, 헤겔의 철학체계는 다분히 반동적이지만 그의 방법으로서의 변증법은 여전히 적실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하지만 부분과 전체, 내용과 형식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가장 경계했던 사상가가 헤겔이지 않았던가! 따라서 저자들의 접근 방식은 철학적, 분석적, 역사적, 비교학적, 문헌학적, 어원학적 방식 등으로 다양하지만 그 기저에는 학적 체계에 따른 맥락적 이해라는 기본적 자세가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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